06김연민교수

<김연민 울산대 교수                                 ⓒ이종호 기자>



대기업 노조 만드는 데 힘 보태 자부심


(지난호에 이어)
이종호 편집국장(이하 ‘이’)=80년대 울산지역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초창기 씨를 뿌렸다고 할 수 있는데 87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김연민 교수(이하 ‘김’)=87년을 돌아보면 6월 항쟁보다 노동자대투쟁이 더 다가오죠. 울사협 보고서, 울산지역 노동자대투쟁 기록을 우리 집에서 만들었어요. 그때 지금 신복로터리 있는 재개발된 산호아파트 살 땐데 타이핑하고... 사실 난 처음에 자료집 내는 거 반대했어요. 자료를 남기는 건 증거물을 남기는 거라 해서. 노조 만들고 하면서 이름이 나면 해직될 거란 생각도 하고. 현대자동차에 노조 만들 땐 직접 자동차에 들어갔었어요. 도서관 간다고 하고 들어갔는데 너무 뻔한 거짓말이라 형사들이 그 사실도 알더라고요. 노옥희 선생님만 터져 나오고 우리까지는 더 이상 안 번지대요.


노동자대투쟁에서 한 점 불씨가 광야를 태운다는 말이 정말 가능한 말이구나 싶대요. 내가 큰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구나. 대기업 노조를 만드는 게 해직을 각오하고 해야 하는 일인데 엔진, 자동차, 중공업에서 대기업 노조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탰다는 자부심이 있죠. 나중에 김진국 씨 말이 나더러 조용히 밑에서 성실히 산다고 하더라고요.


몇 번 잡혀 들어갈 뻔했지만 괜찮았어요. 80년 초였나 김대중 씨가 일본 있다가 한국 와서 연설할 때였는데 그때만 해도 활기방장한 청년이라 경찰한테 이단옆차기를 하고 모른 척하고 서 있었죠. 전경이 착착착 오는데 바로 앞에 오드만 나를 잡아가는 거야. 누가 찔러줬나봐. 네 명이 잡았는데 경찰차를 태워가면서 풀리대. 그때만 해도 잡히면 6개월이었으니까 가방 던지고 도망가야겠다고 해서 하여튼 도망가다 보니까 신발이 없어요. 술집에서 슬리퍼를 빌리고... 근데 가방에 신원정보가 다 있잖아요. 책만 가지고도 몇 년 살 수 있었으니까 책도 다 치우고. 그때도 서울의 봄이라 시국이 한창 좋을 때여서 괜찮았어요.


과학원 때도 그랬어요. 전두환 물러가라고 했는데 경희대 앞에서 복사하고 경찰에도 유인물 뿌릴 거라는 첩보가 들어갔는데도 그땐 분위기가 좋아서 문제 삼지 않대요. 그래서 한 번도 징역 살지 않고 그렇게 왔습니다. (웃음)


문재인 정부 들어 탈핵운동 느슨해져


이=탈핵에너지교수모임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데 탈핵운동 상황은 어떤가요?


김=이게 또 약간 느슨해졌어요. 문재인 정부 되고 나서 느낌상 느슨해졌어요. 근데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정기총회가 있어서 어떻게 활동했나 보니까 모임 교수님들이 많이 활동했어요. 티브이 토론회나 신고리 공론화 하면서 경북대 진상현 교수나 서울대 윤순진 교수, 경상대 김해창 교수, 동국대 박진희 교수, 나도 그렇고 다섯 명 정도가 탈핵 쪽 토론자로 많이 활동했죠. 에너지전환모임, 탈핵의사회, 해바라기법률원 등과 함께 세미나도 하고 사용후핵연료 논의도 하고, 근데 오히려 지금은 침체기인 거 같아요. 느슨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금 남은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인데 어떻게 해결할 거냐, 문재인 정부 이후에 어떤 정권이 잡을지 모르지만 기조가 또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고... 세계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바뀌겠지만 국내에는 워낙 기득권세력이 강하니까.


재생에너지는 부유식 풍력발전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지금 덴마크 옆에 큰 풍력단지가 총량 3기가 정도 나오는 데가 있어요. 원전 세 개만큼이잖아요. 효율 30프로니까 사실상 한 개인 셈인데, 하나가 5메가 정도 나오니까 600개쯤 있겠네요. 엄청 큰 게 있어요. 스웨덴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가까운 곳에 핵발전소를 지으니까 덴마크가 완전히 탈핵으로 돌아섰어요. 핵발전소 보기 싫어서 부유식 풍력 발전소를 그렇게 크게 지어버렸대요. (하하) 독일과 덴마크 사이에 세계 최고의 부유식 풍력발전이 있습니다. 한국도 부유식으로 가지 않을까요. 난 그렇게 봅니다.


니콘 카메라...최민식 작가에게 사진 배워
옹기, 까마귀, 눈, 라다크 사진 전시회


이=사진작가로서 전시회도 몇 차례 열었죠?


김=내가 원래 경주 출신인데 고3때 아버지가 부산으로 가셔요, 직장 때문에. 고교 때 학교를 옮기기도 그래서 경주고 나왔죠. 대학 간 다음에는 부산으로 방학 때 가야 하는데 할 일이 없더라고요. 찾아보니까 당시에 가톨릭 쪽에서 휴머니즘, 인간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최민식 작가가 가르치길래 사진 한 번 배우자 그래서 에프엠 투, 니콘의 명기라는 걸 거금을 들여 사고, 최민식 작가랑 다니며 같이 찍고 월간사진이라는 데도 보내고... 근데 사치스러운 일이란 생각이 들어서 접었죠.


카메라는 있으니까 갖고 있다가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 열심히 찍어주자고 해서 재개했죠. 94년 미국에 갔다가 뉴욕 MoMA 미술관에 갔어요. 중부에서 뉴욕까지 차를 몰고 갔는데 거리에 주차하면 바퀴까지 빼간다는 소문에 정식 발레파킹을 시켰는데 촌놈처럼 보였는지 키까지 줬는데 주차요원이 다 털어간 거예요. 그때는 확인 못하고 차량 뒤 트렁크를 다음날 확인해보니까 아무것도 없는 거야. 내용물도 다 빼가서 렌즈도 다 빼가고 카메라는 들고 있어서 남았는데 그래서 한동안 못 찍고 있다가, 디지털이 나오고 나서 쉽고 하니까 다시 해보자, 홍순태 원로 작가님께 제대로 배워보자 해서 원래는 백화점에서 배우다가 이제는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6개월 열심히 배웠죠.


기왕이면 다큐멘터리 쪽으로 가자 했는데 문제는 한국에서는 사람 잘 못 찍게 하잖아요. 처음에는 경주 삼릉 가서 소나무를 열심히 찍었고. 배병우 작가 영향 받아서... 짙게 안개가 깔리는 건 1년에 서너 번밖에 없어요. 새벽 네시 반쯤 가서 깜깜할 즈음에 가서 서너 번 찬스가 오죠. 나머지는 연습이죠. 1년 동안 출근 했어요. 네시 반에 가서 여섯시쯤 찍고 거의 매일 가죠. 방학 때 겨울이나 여름에 안개가 들어오거든요. 물론 학기중에는 어렵고. 삼릉 사진을 찍으면서 흑백으로 찍는 배병우 작가하고는 다르게 찍어야겠다 해서 나는 빛 위주로 찍었어요. 소나무를 민중의 희망이라 생각하고. 소나무 사진은 갖고 있는데 완결판을 만들어 전시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네 번 전시회 했습니다. 처음에는 옹기에 새겨진 모양이 예뻐 보여 기록을 먼저 하다가 옹기전 같은 거 할 때 카메라를 보고 작가인 줄 알고 협조해주고 해설사도 붙더라고요. 3일 만에 다 찍었고. 사실 우연히 생긴 문양을 찍고 싶었어요.


두 번째 전시는 까마귀인데 박주석 작가도 잘 찍었더라고요. 잘 찍으려면 한두 계절을 따라 다녀야 서른 개 정도 모을 수 있는데 그건 일부러 전시하기보다는 떼까마귀축제가 있어 아는 친구에게 찬조 출연으로 인화 않고 스크린에다가 비췄죠.


세 번째는 부산교대 관장이 아는 사람인데 전시가 비어 역시 찬조로 눈을 주제로 찍었습니다. 경주 왕릉에 눈이 내렸을 때를 사진으로 포착했습니다. 경주에도 눈이 쌓일 때가 있어요. 일년에 한두 번 정도 될까 말까. 왕릉이 사람 몸처럼 보이게 찍었죠.


네 번째는 라다크 다녀온 걸 같이 간 사람이 전시하자고 제안해서 했어요. 동양화 하는 이상열 화백이 일곱 번 정도 다녀왔어요. CK갤러리에서 했는데 이번에는 안 알렸어요. 동상이몽 전이라고 해서 같은 상을 보고 따로 찍었다고 해서 그렇게 제목을 붙였죠. 라다크만 간 게 아니라 다람살라를 갔다가 보름 정도 있었습니다. 12월부터 했는데 CK갤러리가 전시회가 별로 없어서 한 달 정도 더 했어요. 1월말까지 했습니다.


하다 보니 개인전 세 번에 2인전 한 번 했네요. 찍고 싶은 건 다큐라 밀양도 자주 가고 했는데 핑계라도 있어야 열심히 할 거 같아서 그랬는데 잘 못했어요. 초기부터 간 것도 아니라서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큐는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요. 편안한 풍경이나 좋아하지 치열한 풍경 같은 건 안 좋아하대요. 울산에 자원은 많은데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니까 힘들어요.


처음 만난 선생님이 최민식 선생님이라서 다행입니다. 그때부터 아마 계속했더라면 또 모르겠지만 당시 운동권에서는 사진을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시 역시도 마찬가지고. 그땐 다 그랬어요. 민예총 문학위원회도 들어가 있습니다. 사진에세이 비슷하게 끄적이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됐습니다. 시집은 아직 안 냈습니다. 내주면 내지 내가 자비로 어떻게 하느냐 자존심이 있지... 대신 시민연대 <소통과 공론> 안표지에 사진을 계속 싣습니다. 이도영 선생 권유로, 강제로 일년 열두 편 시를 쓰게 됐네요. (허허) 처음에는 안 모았는데 그래도 모아놔야겠다 해서 모아두고 있습니다. 울산저널 <쓰담> 때도 그렇고...


“정년 뒤 생산적인 일 하고 싶어요”


이=정년이 이제 몇 년쯤 남았나요? 정년 이후 계획은 있나요?


김=3년 남았습니다. 2021년 8월입니다. 뭘 할까요? 울산저널 기자 할까요? (폭소) 할 만한 게 별로 없네요. 울산에는 계속 있게 되겠지만 서울 갈까 싶기도 해요. 애들이 다 서울에 있거든요.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게 취미 생활 말고는 별로 없네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없어요.


에너지의사결정 갖고 예전부터 책을 쓸까 준비했는데 원고는 대충 있는데 정리가 안 돼서 책으로 못 내고 있습니다. 관심 분야는 되게 많아요. 대학원에서는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그런 쪽에 관심 있지만 나이 들어서 하기는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근데 이게 재밌는 이유가 모든 소스가 다 공개되기 때문이죠. 한달 내에 최고 수준을 이해할 수 있죠. 소스 공개 덕에 자기가 노력만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가령 미국에서 논문이 나오면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코드까지 공개하고 있거든요. 그게 재밌어서, 학기 중에는 학생들과 고래 소리를 듣고 무슨 고래인지 알아맞춰라 같은 과제도 수행했고요.


개인적으로 드론 프로젝트, 정밀 착륙으로 고생하고 있고요. 곁다리로 하는 건데요 뭘. 시는 써보고 읽어보면 최고 수준으로 가는 건 정말 쉽지 않구나 느낍니다. 요설도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이것도 곁다립니다. 재미삼아 하는 거고.
사진은 잘 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정말 부지런해야 돼요. 풍경을 찍으려면 더욱 부지런해야 되고, 기자 정도 돼야 다큐 정도를 할 수 있는 게 지금은 그냥 찍었다 하면 당장 경찰서 가야 하는 상황이니... 부산 영도 한진 할 때도 카메라 뺏길 뻔했잖아요. 찬성 쪽 한진 쪽, 우리 쪽이야 뭐 대충 다 아니까 그런데 태극기 들고 머리 밀고 하는 사람들 딱 찍다가 누구냐고 물어보대요. 나이 들고 카메라 들고 있는데 기자인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으니까 카메라 뺏들고... 다큐는 어렵대요. 사람 찍는 거 자체가.


사람 사진은 외국 가서 많이 찍습니다. 인도 같은 걸 기록하는 것도 좋구요. 여행이 아니라요. 한번은 택시기사에게 가정집에 한번 데려달라고 해서 한 번 찍고 아이들한테 용돈 좀 주고, 인도는 인도사람들이 자기들 바빠서 기록을 못하는데 우리가 한 번쯤 가볼 만하겠더라고요. 다방면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담=이종호 편집국장
정리=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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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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