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통한 풍족한 에너지·탈핵 동시에 꿈꾸는 현실
부산 ‘핵몽2’展, 미술작품으로 핵의 문제점 보여줘
우리들이 지향해야 할 미래 생각해보는 계기 되길

 

김근숙 G&갤러리 관장

어렸을 적부터 나의 꿈은 화가였다. 집안의 벽에, 방바닥에 서슴지 않고 낙서하기를 좋아했다. 어머니는 이를 모른 척 하셨다. 그리고 유치원 때부터 입시까지 사설기관에서 미술교육을 받게 했다.


10대 시절, 어렴풋한 기억으로 TV에서 반 고흐의 생애를 이야기한 ‘Lust for Life’(감독 빈센트 미넬리, 1956년)을 보고는 꿈이 화가였고 존경하는 화가가 고흐였다. 


TV에서 본 고흐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때는 화가가 고흐 밖에 없는 줄 알았다. 어쨌든 꿈이 화가가 돼버렸고 그림을 잘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그림은 지금까지 일상인지 꿈길인지 나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이번에 나의 꿈길은 ‘핵몽(核夢)’ 전시회 관람이다. 우리는 ‘핵’에 대해서 효율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이라는 꿈과 핵의 위험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탈핵의 꿈이 공존하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걷고 있다.


‘핵몽’ 전시회는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알리고자 정철교, 정정엽, 박건, 방정아, 홍성담 작가들이 지난 2016년 5월 동해안 핵발전소 여행을 다녀온 것이 계기가 돼 같은 해 11월 부산 카톨릭센터 대청갤러리에서 개최됐다. 그리고 12월에는 울산 G&갤러리에서 초대할 수 있어서 기뻤다.


올해도 이어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 핵몽2’ 전시회를 3월 10일부터 4월 8일까지 부산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지친 일상으로 부산 민주공원까지 간다는 것이 꿈만 같았지만, 전시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압도하는 대작들은 올해 개인전을 준비하는 나를 무척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말 다녀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참여한 여러 작가들이 대부분 존경하는 선배이지만, 특히 정철교 작가가 으뜸으로 마음이 다가선다. 이유인 즉, 울주군 서생면 덕골재길에서 살면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핵몽’전을 지앤갤러리에 초대하면서 정철교 작가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됐다. 이전에는 작품을 종종 보면서 ‘젊은 작가인가?’ ‘서울작가인가?’ 등의 생각을 하면서 작품이 참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만난 작가는 신진 작가가 아닌 자상한 작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


작가가 가까운 서생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소리에 이웃사촌인양 드릴과 망치를 집어 들게 하고선 같이 작품을 설치했다. 그때 정말 예의와 의전 없이 대했는데 작가님은 인자한 미소만 보냈던 기억이 난다.


1953년 생인 정철교 작가는 2011년 무렵부터, 국내 원전 최대 밀집지역인 울주군 서생에 살면서 산책길에 만난 평화롭게 보이는 원전 주변 마을 풍경과 이웃의 이야기를 원색과 날카로운 붉은 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 화려하고 강렬한 원색이 오히려 풍경을 차갑고 위태롭게 보이게 한다.


화면 위에서 꿈틀거리는 붉은색은 원자력발전소의 욕망을 빗댄 것 같다. 위험해지고 침울하지만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마을에게 희망을 선물하고자 하는 듯 하다.


“효암마을, 비학마을, 그 다음이 골매마을이다. 발전소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사라지고 있는 마을이다. 골매마을 사당이 마치 발전소 건물의 확산을 막으려는 듯 버티고 있는 모습 같다.”


소박하지만 풍요로웠던 바닷가 마을의 생생함을 걷어 가버린 원자력발전소는 앞으로도 마을을 계속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핵몽’이라는 모순된 꿈이 사람들을 떠나게 하고,  마을 풍경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정철교 작가는 위험이나 경고 아닌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생명력을 지닌 붉음으로 삶의 생생함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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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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