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Merger, Inflation, 2010.
         

편견의 테두리서 예술 빼내
사회·정치적 내용도 차용해
비평으로 예술 가치판단해야


지난주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전’이 끝났다.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한 울산문화예술회관에 감사드리며 전시기간 중 언론보도와 후기 등에서 시민들의 호평이 있었기에, 필자는 아쉬운 부분 위주로 문화비평을 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전시는 관람 동선이나 도록(圖錄) 해설, 한글제목 등과 같이 사소한 문제도 있었다. 특히 아쉬운 점은 라틴 현대미술의 특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이 어려운 것은 그림에서 내용(현실)을 추방하고 전위적 형태실험만 추구했기 때문이다. 라틴의 현대미술은 서구 현대미술이 쫓아낸 현실을 환상이라는 형식으로 담아냈다. 이것이 바로 라틴의 매직 리얼리즘이다. 따라서 라틴 미술은 화면 이미지가 말을 하기 때문에, 작가와 소통이 쉬운 편이다.

많은 작품 중 ‘더 머저’의 ‘인플레이션’에 주목한다. 북미와 중남미 지도를 당구대와 당구공으로 표현하고있다. 북미에는 흰공 하나만, 중남미에는 온갖 색깔의 공들이 빽빽하게 몰려있다. 도슨트는 ‘빽빽한 공’들을 ‘중남미의 빈곤’으로 봤다. 하지만 얼마전 울산을 방문한 콜롬비아의 초대 문화부 장관 라미로 오소리오 폰세카는 북미의 흰색 수구가 작품의 주제라고 했다. 즉, 중남미 경제의 어려움이 곧 미국 때문이라는 것. 또 도슨트는 에두아르도 살리자르(쿠바)의 ‘성벽이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마치 쿠바 민중의 고통이 쿠바혁명과 사회주의이념에 있는 듯 설명했다. 그런데 살리자르는 “혁명은 어린 시골 소년이었던 나를 데려가 예술을 가르쳐 주었고, 또 그것은 예술적 표현이 중요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놀라운 프로젝트였다”라고 밝힌바 있다. 왜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전은 라틴 미술의 핵심적 특징이 식민지 경험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해설에서는 라틴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문명과 인간, 인간의 부조리성’이라는 유럽 초현실주의 속에 가두었을까. 혹시 예술의 순수성이라는 편견 때문이 아닐까.

  
▲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대표

1929년 세계공황이 발발하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폈다. 그는 세계적인 멕시코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초대했다. 그런데 벽화운동은 멕시코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멕시코벽화운동은 멕시코 주민들의 역사, 즉 멕시코 민중에 대한 억압자와 자신들의 영웅 등이 벽화에 고스란히 담긴 반면 미국은 행정가들에 의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표현은 금지된 채 예쁜 벽화만 그렸기 때문이다. 순수예술 비평은 사회적인 것,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는 알리바이가 된다.

이제 곧 울산도 ‘문화도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문화예술 사용도 전시처럼 많아진다.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까? 유럽문화도시 글래스고의 물리적 재건이 성공했다지만 지역민은 배제되고 지역성은 경시되었다. 울산은 노동도시이지만 노동문화를 경시한다. 크나큰 미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평은 비난이 아니라 가치판단이다. 문화도시 울산, 비평이 필요한 이유다.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대표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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